늦은 밤, 사무실의 형광등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모니터 앞에 둘러앉은 개발자들의 얼굴 위로 붉은 빛이 일렁였다. CI 파이프라인(코드가 멀쩡한지 자동으로 검사해 주는 문지기)이 또 무너진 것이다.
나는 그 회사에 갓 들어온 신입이었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비장하게 만드는지, 도무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버그가 몇이나 되십니까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무엇을 그리 보고 계십니까?"
한 시니어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지금 배포 중이니, 말 걸지 마시오."

언짢은 반응에도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대체 버그가 몇이나 되시길래, 다들 이리 옹기종기 모여 계신 것이오?"
개발자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세 개라오." "나는 다섯." "제일 많은 이가 고작 일곱이오."
참으로 귀여운 숫자들을 가지고 계시는구나. 나는 가만히 듣다, 한 치 부끄럼 없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백마흔둘."
나는 버그 백마흔둘의 대주주요
놀라는 개발자들. 당혹스러운 건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 정적의 흐름을 깨기 위해 말을 이었다.
"허허, 높은 버그 수의 대주주를 보니 놀랍소? 그렇다면 우리, 눈높이를 제대로 맞춰야 하지 않겠소?"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그들을 올려다보며 눈높이를 다시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네 이노오옴! 나는 자랑스러운 버그 백마흔둘의 대주주이니라! 고작 빨간 줄 몇 개에 세상 잃은 표정을 짓는 것이 맞는가! 그대들은 코드를 짜러 온 것인가, 아니면 그저 초록 불만 보러 온 것인가! 무릇 개발이란, 믿음과 의지를 보여야 하는 법을!!"
보이는 에러가 다가 아니다
그때였다. 서버실 한 구석, 십 년째 묵묵히 돌아가던 먼지 쌓인 레거시 서버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도 거대하여 이제는 아무도 감히 손대지 못하는 존재.
그때 깨달았다. 바닷속 가장 큰 생물이 새우이듯 — 가장 거대한 시스템은 레거시라는 것을. 너무 커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을. 빨간 빌드도 마찬가지였다. 보이는 에러가,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감화된 신입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다가왔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 그의 후두부를 가만히 강타했다.
"아니, 갑자기 사람을 왜 때리시오?"
"사랑의 매일세. 눈앞의 손해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그려보게."
신입은 감동하여 내 품에 안겨 흐느끼기 시작했다. 빨갛게 멈춰 선 파이프라인과, 멀리서 윙윙대던 서버 팬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어느 야근의 밤, 감동의 스택트레이스였다.
오늘의 정신승리 — 빌드가 빨간 건 실패가 아니라, 고칠 것이 그만큼 많다는 풍요의 증거다. (라고 믿으면 마음이 편하다. 물론, 진짜로 고치긴 해야 한다.)
※ 이 글은 개발 현장의 비극을 정신승리로 승화하는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버그 백마흔둘은 실제와 무관하길 바랍니다.